국립중앙박물관 봄 나들이(2019.3.)


2019. 3. 23.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 갈 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습니다.

먼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고대관에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는 전곡리 돌도끼



오랫동안 이 돌도끼를 마주하며 서 있었습니다.
30만년의 긴 세월을 주는 무게와 긴장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애슐리안 돌도끼의 발견 경위도 참 놀랍지만, 찍게 문명이라고 분류하던 당대의
논설들을 모두 질식시켜버린 정교함에 놀랐습니다.

고대관에는 다른 곳에서 발견된 돌도끼가 여러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알아채며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비교대상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대관을 지나,
고구려관에서는 바로 강서대묘 전시실로 갔습니다.




제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바로 이 강서대묘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서 입니다. 늘 황홀합니다. 기뻐다고 표현할 수 있는 환희를 느낍니다.

이번에도 늘 그렇듯 강서대묘 사신도는 멋있었습니다.

이번에는 3층으로 올라갑니다.
미륵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조용하게 혼자서 오랫동안 반가사유상과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에는 무엇을 느끼거나, 무엇을 본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그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족합니다.  마음의 일렁거림조차 멈추어 버립니다. 오직 적막과 고요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합니다.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적막함. 그것은 한량 없이 힘찬 감동을 뇌리 깊이 새겨놓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오로지 적막과 고요만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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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숨을 쉬며 중앙박물관 3층 계단을 내려옵니다.

이 아름다움은 내게는 기적과 같은 숨막힘입니다. 다시 숨쉬며 말하며 생각하며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이 숨막히는 아름다움과의 대면은 늘 새로운 기억으로 나를 부추켜 세우며 세상의 띠끌마저 모두 아름답다고 느끼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