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후 보만산 산행(2019.5)


매년 이 때쯤엔 큐슈등산을 합니다.
올해엔 장인어름(85세)를 모시고 등산을 했습니다.


텐만궁에 들러 산책을 했습니다.
이 곳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이고, 학생들이 주된 관람객입니다.
정원에는 붓꽃(아이리스)이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습니다.

학문의 신에게 예의를 표하고, 수 백년 된 고목에 감탄하며, 정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등산 시작입니다.
보만산은 왕복 4시간 정도의 가벼운 코스이지만 대체로 오르막으로 되어 있어 일찍 출발하는게 좋습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운무로 인해 앞을 잘 볼 수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그곳은 산 아래와는 다른 곳이어서
구름 가득한 천상의 곳이었는가 봅니다.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천상의 계단을 올라간 듯한 느낌입니다.



산을 내려와 호텔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온 지라 늘 조심스럽습니다.

또 내년에도 모시고 와야겠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도 저 나이가 되어도 저리 건강할 수 있도록 몸관리를 잘 해야지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봄 나들이(2019.3.)


2019. 3. 23.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 갈 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습니다.

먼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고대관에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는 전곡리 돌도끼



오랫동안 이 돌도끼를 마주하며 서 있었습니다.
30만년의 긴 세월을 주는 무게와 긴장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애슐리안 돌도끼의 발견 경위도 참 놀랍지만, 찍게 문명이라고 분류하던 당대의
논설들을 모두 질식시켜버린 정교함에 놀랐습니다.

고대관에는 다른 곳에서 발견된 돌도끼가 여러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알아채며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비교대상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대관을 지나,
고구려관에서는 바로 강서대묘 전시실로 갔습니다.




제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바로 이 강서대묘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서 입니다. 늘 황홀합니다. 기뻐다고 표현할 수 있는 환희를 느낍니다.

이번에도 늘 그렇듯 강서대묘 사신도는 멋있었습니다.

이번에는 3층으로 올라갑니다.
미륵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조용하게 혼자서 오랫동안 반가사유상과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에는 무엇을 느끼거나, 무엇을 본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그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족합니다.  마음의 일렁거림조차 멈추어 버립니다. 오직 적막과 고요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합니다.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적막함. 그것은 한량 없이 힘찬 감동을 뇌리 깊이 새겨놓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오로지 적막과 고요만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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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숨을 쉬며 중앙박물관 3층 계단을 내려옵니다.

이 아름다움은 내게는 기적과 같은 숨막힘입니다. 다시 숨쉬며 말하며 생각하며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이 숨막히는 아름다움과의 대면은 늘 새로운 기억으로 나를 부추켜 세우며 세상의 띠끌마저 모두 아름답다고 느끼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