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대웅전 앞 다보탑

다보탑




불국사 대웅전 앞 다보탑은 다보부처님을 상징합니다.

다보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가 대중들에게 법화경을 강설하면 꼭 그 강설을 듣기 위해 땅에서 솟아올라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 앉겠노라고 약속하였다고 합니다.

불국사 대웅전 앞 마당에는 석가탑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현존을 상징하고, 다보탑으로 다보부처님의 현존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두 탑이 나란이 있는 형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대중들에게 법화경을 강설하기 시작하고, 다보부처님이 그 강설을 듣기 위해 땅에서 솟아오른 형상을 멋지게 상징하고 있습니다.

다보탑의 형상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다보탑은 사면으로 계단을 놓은 사각의 육중한 기단 위에 날개를 편 듯 힘찬 추녀가 가로뻗친 사각 기와집 형식입니다.  그 위에 연꽃잎 모양으로 창문을 낸 팔각정이 세워진 독특한 형식의 화려한 탑입니다.

기단은 높은 단층으로 사방에 10단의 계단이 있습니다.
돌계단의 입구에는 돌기둥이 있고, 기둥머리에는 둥근구멍이 패여져 있습니다. 
기단을 덮은 갑석의 네귀에는 원래 네 마리의 돌사자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있고, 갑석의 네 모퉁이에는 네모진 돌기둥이 세워져 있고, 중앙에는 다시 하나의 돌기둥이 받치고 있습니다.


네 개의 네모진 돌기둥에는 십자형으로 교차하는 반원형의 주두(柱頭)를 얹고 
다시 그 위에 우물 정(井)자형으로 조합된 미석(楣石)을 놓고, 
그 위에 옥개가 얹혀 있습니다. 

옥개석은 낙수면의 경사가 얕고, 네 귀에서만 예리한 전각을 이루고 있으며, 
옥개석 윗면에는 다시 각진 괴임돌이 놓여져 있습니다. 
그 위에 네모진 난순(欄楯)이 있고, 
그 속에 팔각 원주형의 탑신이 3층으로 쌓여져 있습니다.



맨 아랫층에는 가운데가 잘룩하고 위아래로 발이 달리 8개의 다리를 세우고, 
그 위에 팔각형의 난순이 있으며, 이 난순의 여덟 모서리에는 곧추선 연꽃 한 송이씩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속에 장방형과 원형의 가구목으로 연결된 난순이 둘러져 있습니다. 

이 팔각형의 난순 속에는 대나무 형태의 다리 8개가 있어 위층의 연화대석을 받치고 있으며, 
연화대석의 바깥에는 모두 16잎의 복판 앙련(複瓣 仰蓮)이 조각되어 있고, 
이 위에 1단의 받침대석을 놓고 그 위에 다시 뒤집힌 신발모양의 기둥 8개를 둘러서 탑신을 싸고 있고, 그 위에 8각의 옥개석이 있습니다.

팔각지붕에는 귀마다 풍경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고, 
이것은 옥개 받침이 없이 처마 안쪽에 넓고 얕은 홈만 패어 있는데 그 형태가 경쾌하고 낙수면을 이루는 각도로 비교적 예리하며 처마끝에는 넓적한 낙수홈이 얕게 패여져 있습니다. 

그 위로는 복엽의 연꽃이 새겨져 있고, 노반(露盤), 원형 복발(覆鉢), 팔각 앙화(仰花), 삼륜의 보륜(寶輪)이 순서대로 얹혀 있고, 정상에 보개(寶蓋)와 보주(寶珠)가 올려져 있습니다.

탑의 높이는 10.4m이고, 이러한 탑의 형식은 통일신라 최전성기의 화려한 탑으로 일반적인 탑의 규범을 벗어난 참신하고 기발한 모습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목조탑의 형식을 표현하려고 한 것으로 보여지고, 그 복잡한 모습에 하나씩 의미를 가지고 있어 생략할 수도 없고, 더 이상 복잡하게 하여서는 표현의 미를 잃어버리는 절제된 가운데 억누룰 수 없는 다보여래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을 것 입니다.

1층은 사각, 2층은 팔각, 3층은 부드러운 원으로 변화합니다.

1층의 사각은 불교에서의 4성제(聖蹄, 苦集滅道)를, 
2층의 팔각은 4성제로부터 열반에 이르는 8정도(正道)를, 
3층의 원형은 1층과 2층을 딛고 거두어야 할 두루 원만한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법화경 중 견보탑품(見寶塔品)를 보면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로서 영원한 법신불인 다보여래는 '법화경을 설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지 나의 탑은 법화경을 듣기 위하여 그 앞에 나타나 증명하고 예찬하겠다'는 서원(誓願)을 세운 부처님이라고 하며, 다보탑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자 탑으로 솟아오른 다보여래의 형상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즉, 법화경의 "견보탑품"은, 석가모니 부처가 "법화경"을 설하는 영취산 대중 앞 공중에 칠보탑(七寶塔)이 나타나고, 그 안의 다보불은 석가와 자리를 나누어 앉았으며, 석가는 신통력으로서 대중을 허공 가운데 이끌어 올린다는 내용 이며,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의 다보탑은 바로 칠보탑의 형태로 현시한 다보여래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징을 가진 다보탑의 현란함은 불국사 대웅전의 앞 마당에서 석가탑과 어울려 대조의 멋을 한껏 나타냈고, 이러한 대비와 대조의 멋은 불국사 전체 조형물과 어울려 장엄한 불국토를 표현한 것입니다.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고 서 있노라면, 석가모니 부처께서 수 많은 대중에게 다보불과 시방세계의 부처님을 모두 불러 모으시고, 마침내 대중도 공중으로 이끌어 올림으로써 더불어 환희에 가득찼을 그 때의 모습을 능히 상상할 수 있고,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부처님 나라(佛國)의 모습을 더불어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연한 생각이 듭니다.
다시 천 여년이 지났지만, 선인들이 남긴 그 마음의 자리는 아직 따스하고, 조심스레 마음을 다모아 그 온기에 몸을 기대면 어느듯 따라 느껴지는 뜨거운 마음 있어, 온몸이 기쁨에 휩쓸리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리라 생각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