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의 불국사찬



  동해라 동산(東山)에 한 절이 있으니
  화엄불국(華嚴佛國)이라 이름하였네

  주인(主人) 종곤(宗袞)이 친히 세우니
  표제의 네 말에 깊은 뜻 숨었네

  화엄에 눈을 대고 연장(蓮藏)을 보며
  불국(佛國)에 마음 돌려 안양(安養)을 찾네
  마산(魔山)에 독장(毒章)을 평평케 하려 하니
  마침내 고해(苦海)에서 경랑(驚浪)을 없게 하도다

  귀중한 스님의 한 말씀 법시(法施)를
  단월이 마음 바쳐 따르기를 기약하네

  동에서 서를 그리며 그 형의(形儀)를 그리자니
  서산(西山)에 지는 해가 그 몸을 보도다

  각기 제 나라에서 복리(福利)를 일으키니
  동쪽의 아촉여래가 또한 기이하옵네
  금언(金言)이 반드시 방위분별은 안 했지만
  필경에는 마음의 머물 곳이 있네

  헛되어 살고 허망하게 부르는 것은
  공(空)을 또 공(空)되게 하는 것
  뜬 세상 수행은 끝이 없으니
  존용(尊容)을 모셔놓고 담장을 대한즉
  어찌 감응함이 없으랴

  지공(支公)과 원공(遠公)을 받들어
  죽어서나 살아서나 모두 불국에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