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의 전실과 비도(扉道)를 지나 본존상이 있는 본실로 들어서면 중앙에 본존상이 모셔져 있고, 그 좌우의 중심에는 본존상 바로 뒷편에 11면 관음보살상이 있으며, 11면 관음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각 7구의 부조상이 있습니다.
부조상 중에서 입구 좌, 우측에 있는 부조상이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상 입니다.
다른 견해가 있으나,
대체로 첫번째 좌, 우 조각상의 형태와 두광, 손에 든 물건들에 비추어 중앙의 본존을 향하여 서서 오른쪽이 제석천, 왼쪽이 범천상이라는 데는 대체적인 견해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다른 견해가 있으나,
대체로 첫번째 좌, 우 조각상의 형태와 두광, 손에 든 물건들에 비추어 중앙의 본존을 향하여 서서 오른쪽이 제석천, 왼쪽이 범천상이라는 데는 대체적인 견해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범천과 제석천은 법화경을 비롯한 대승경전에 빈번이 언급되는 신화적 존재인 불제자들이고, 범어로는 범천을 브라흐만(Mahabrahmana), 제석천을 인드라(Sakradevanamindra)라고 합니다.
제석천상
범천상
이 두 천(天)은 원래 고대 인도의 브라만교와 인도 신화에서 주요한 신들 중의 하나이었는데 불교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여 부처님으로부터 계(戒)를 받고 충실한 불제자가 된 것으로 전해 옵니다.
그중에서 범천은 욕계(欲界)를 벗어난 색계(色界)의 제1선의 단계에 위치하며, 현실적 세계인 사바세계를 다스리는 천왕으로 여겨져 왔고, 제석천은 욕계(欲界) 사천왕천 위에 있는 도리천의 천왕으로 받들어 왔습니다.
제석천의 범어 중 Sakra는 '능히 베푸는(能施)'이라는 뜻이고, devanam은 '하늘(天)'이고, indra는 그의 이름 입니다. 즉, 제석천은 '인드라라고 불리는 능히 베푸는 하늘' 이라고 풀이되며, 이를 한역(漢譯)하면서 석제환인(釋提桓因)이라고 하였고, 줄여서 제석천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석천은 원래 인도 신화의 인드라신(神)을 받아들인 것으로 인드라는 악귀인 아수라와 싸워서 세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 즉 지배하는 신의 개념이었습니다.
범천
범천은 인도 신화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창조신의 개념입니다.
개인적인 아트만과 대응되는 것으로서 보편성을 가진 창조의 근원이며, 본래부터 존재하며 유일한 진실인 본체 자체를 지칭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아트만과 대응되는 것으로서 보편성을 가진 창조의 근원이며, 본래부터 존재하며 유일한 진실인 본체 자체를 지칭하였습니다.
먼저, 석굴암 본실의 중앙의 본존상을 향해 서서 왼쪽에 있는 범천상부터 살펴봅시다.
범천상은 몸을 굴 안쪽으로 향하여 섰고, 전체적으로 보아 늘씬한 모습이고 대체적으로는 약간 여성적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는 반대편의 제석천이 옷주름에서도 주로 직선을 사용하고, 갑옷같은 무장의 옷을 입고 있는 반면에 범천은 신체의 전체적인 곡선, 얼굴형태, 옷주름 등에서 수려한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고, 얼굴에서는 풍만한 여성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얼굴은 조금 갸름하다고 느껴지면서 대체로 풍만한 편이고, 눈, 코, 입 등이 세련된 선으로 마무리되어 아주 우아한 기풍을 느끼게 됩니다.
어깨는 약간 넓게 보여지나 부드럽게 어깨선이 넘겨져 있어 풍만한 느낌이 있으나 바로 가슴부분에서 잘룩하게 들어가 신체의 미려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몸무게를 왼발에 두고, 오른발을 약간 옆으로 벌린 활기찬 자세입니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올려 먼지를 터는 불자(佛子)의 중간쯤을 가볍게 두손가락으로 쥐고 있고, 두번째, 다섯번째 손가락을 가볍게 펴고 있어 가볍게 쥐고 있는 형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왼손은 길게 늘어뜨려 정병(淨甁)의 주둥이를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들고 있으며, 두번째, 다섯번째 손가락을 가볍게 펴고 있어서 역시 살며시 정병을 든 형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가벼운 파격처럼, 다섯번째 손가락에도 반지를 끼고 있어 더욱 손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불자(佛子)와 정병을 들고 있는 것은, 본존상을 모신 본실 입구에서 순례자들의 마음에 쌓인 번뇌의 티끌을 털어내고, 생명의 근원인 생명수를 뿌려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귀걸이와 목걸이의 양식도 다소 화려한 느낌을 주고, 이는 제석천과 비교하여 다소 여성적인 느낌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며, 옷주름도 상체에서는 부드럽게 가볍게 처리하였다가 무릎 아래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복잡한 주름을 주어서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분위기를 주고 있습니다.
범천의 상의는 무릎 부근에서 뽀족하게 마무리 되어 연꽃잎을 상상케 하는 형상이며, 이것 역시 세계의 창조주인 범천의 인상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창조의 신 범천은 여성적이어야 하고, 수호의 신 제석천은 남성적이어야 하기에 마주 선 조각상에서 의도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대조적인 처리를 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범천이 딛고 선 대좌는 타원형의 방석 모양인데, 이는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연화대좌를 딛고 선 것과는 대조됩니다.
제석천
제석천상도 몸을 굴안쪽 방향으로 돌려서 있습니다.
이처럼 범천과 제석천이 굴안쪽으로 향해 서있는 것은, 순례자들이 본실에 들어설 때에는 순례자의 뒤쪽에 위치한 범천과 제석천상이 보이지 아니하고, 순례자가 본존상을 돌아 나와 전실쪽을 향해 설 때 비로소 범천과 제석천이 보이게 되는 것을 고려한 때문일 것입니다.
제석천은 발을 왼쪽 발을 오른쪽으로 향해 딛고 몸무게를 오른쪽에 두고 있어 오른쪽으로 약간 비튼 자세 입니다.
머리에는 다소 화려한 관을 쓰고 있어 머리카락을 묶어 그 아래에 두었고, 얼굴 형태는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제석천의 역할인 수호신으로서의 본분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머리에는 다소 화려한 관을 쓰고 있어 머리카락을 묶어 그 아래에 두었고, 얼굴 형태는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제석천의 역할인 수호신으로서의 본분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깨선은 부드럽게 내려져 있고, 가슴부분과 배부분에는 무복(武服)을 한 듯한 띠가 보이며, 그 아래로 U자 형태로 두개의 천의자락이 하체를 지나고 있습니다.
금강저 뒤편 어깨부분의 옷주름은 직선으로 세줄이 내려져 있고, U자 형태의 천의 사이에도 직선의 옷주름이 여러줄 표현되어 있습니다.
무릎 부근에서 상의가 두갈래가 나뉘어져 있어 매우 활동성 있는 형태이고, 묶음띠가 배 중앙부분에 늘어져 있고, 무릎 부분에서도 다시 묶음띠가 있습니다. 제석천의 경우에도 범천과 마찬가지로 손목과 발목에는 모두 팔찌와 발찌가 있으나 범천에 비하여 그 형태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제석천이 불자(佛子)와 금강저를 들고 있는 것은, 석굴암 본실에 들어온 순례자에게 그 마음의 티끌을 털어내고 그 마음에 숨어있는 아수라와 같은 악귀를 무찔러 모조리 부셔버리는 역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굳이 들고 있는 불자(佛子)와 금강저로 순례자에게 어떤 세례를 베풀려고 하는 자세는 아니며, 가볍게 불자를 쥐고, 금강저를 들어올려 보임으로써, 순례자의 마음에 엄중한 경계심을 발현케 하려는 데에 기본적인 구상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범천과 제석천의 두광(頭光)은 다른 조각상이 모두 원형인 것에 반하여 독특하게 계란을 엎은 놓은 듯한 역타원형이며, 두광의 주변에는 연주(連珠) 무늬를 빼곡하게 새겨져 있어, 석굴내의 다른 조각상과는 다른 역할을 하는 조각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석굴암의 범천상과 제석천상. 이 두 조각상은 창조신과 수호신, 남성미와 여성미, 직선과 곡선 등 대립되는 상징으로 본실의 초입에서부터 팽팽하게 조화를 갈구어 내고 있습니다.
황홀하지 않습니까 ? 이 멋진 모습에 절로 숙연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
황홀하지 않습니까 ? 이 멋진 모습에 절로 숙연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
이토록 훌륭한 조각상을 남긴 신라인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우리네 마음속에 있는 한 점 티끌까지 모두 불태우고,
조용히 범천과 제석천상에 대해 서면,
저절로 마음의 거울문 활짝 열려 무수한 진리의 빛을 찬란히 쏟아낼 것입니다.
범천과 제석천을 조각한 신라의 석공과 나란히 참배하며 그곳에 서 있는 느낌.
제가 석굴암에서 맛보는 최고의 환희입니다.
우리네 마음속에 있는 한 점 티끌까지 모두 불태우고,
조용히 범천과 제석천상에 대해 서면,
저절로 마음의 거울문 활짝 열려 무수한 진리의 빛을 찬란히 쏟아낼 것입니다.
범천과 제석천을 조각한 신라의 석공과 나란히 참배하며 그곳에 서 있는 느낌.
제가 석굴암에서 맛보는 최고의 환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