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서정주)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未堂 徐廷柱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 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 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 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 사랑한다고 ....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쪼끄만 향랑(香瑯)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