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와 아이들 함께 토함산으로 간다.
아이들은 그저 애비가 가는 길이니 소풍가는 마음으로 아무 말 없이 길을 따라 나선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내내 조바심이 난다.
가벼운 흥분상태는 경주가는 길까지 이어져 속도를 줄여 조심스럽게 경주에 들어선다.
불국사 앞 길을 거쳐 석굴암 올라가는 길, 언제나 정겨운 길이다. 국민학교 다닐 쩍에 수학여행 와서 불국사 뒷길로 석굴암을 올랐던 흥겨운 추억이 구곡양장 내내 기억에 맴돈다.
드디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석굴암 길을 올라간다.
사람들이 덜 붐비면 그 보다 다행한 일이 없다. 적당하게 오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흥겨움을 더해준다.
사람들이 덜 붐비면 그 보다 다행한 일이 없다. 적당하게 오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흥겨움을 더해준다.
마음으로부터 깊이 토함산의 아침 공기를 들여마신다. 그것은 입술을 스치고 폐속 깊이 들어가 온 몸에 신선하고 따스한 향내를 번지게 하리라. 마음껏 상상한다. 공기 한 알 한 알에 마음을 모으고 그 공기알갱이와 함께 몸안으로 들어가 핏속에 녹아들며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석굴암 밑 감로수를 그릇 가득히 들여 마신다. 상쾌한 기분. 시원한 물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갈 쩍에 눈을 감고 가만이 물 따라 흐르면, 마치 맑은 폭포수 아래 온 몸이 젖어드는 느낌을 확연히 알아챌 수 있으리라.
이렇듯 몸을 씻고, 마음을 한껏 다 잡으면 이제 본존 석가모니 부처님을 뵈올 차례다.
조심스레 석굴암 본존불 앞에 선다.
다시 가슴으로부터 저며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에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아이를 가슴에 안고 숨을 죽인 채 간절한 마음으로 본존불을 올려다 본다. 눈두덩이가 부풀어 오르는 벅찬 감격이 몇번이나 가슴에 저며 온다.
바로 이런 느낌으로, 고 최순우 선생님은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 했다'고 하셨으리라.
고맙고 고마와라 이 아름다움 !
진정 저기 계시는 저 모습은 그 옛날 석공이 끌과 망치로 돌을 깍아 이룬 것이 아니리라. 감모여재(感慕如在)라 하지 않았던가. 바로 천년전 이곳에서 불신을 친견하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저 분의 모습을 돌속에서 찾아낸 석공이 그 사무치는 고마움을 눈물로서 파내려간 그 분의 모습 그대로 이리라.
엄숙하게 입을 다물고 지긋이 눈을 감은 고요한 그 자태.
단순하면서도 건강하게 이어지는 어깨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가사.
넓은 가슴의 시원함.
한 손을 배위에 얹어 위로 하고, 한 손을 무릎에 얹어 가볍게 아래로 늘어뜨린, 느슨하면서도 긴장된 균형미.
단순하면서도 건강하게 이어지는 어깨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가사.
넓은 가슴의 시원함.
한 손을 배위에 얹어 위로 하고, 한 손을 무릎에 얹어 가볍게 아래로 늘어뜨린, 느슨하면서도 긴장된 균형미.
이것만으로도 한없이 벅차기만 한데, 저 분을 에워싼 열두 제자상이며, 나한들, 보살상까지 볼 수 있다면, 이 찬미의 심경은 더 할 나위 없겠으나,
오히려, 지금은 아직 그 아름다움까지 거두어 삭일 마음의 여유가 없으므로,
오히려, 지금은 아직 그 아름다움까지 거두어 삭일 마음의 여유가 없으므로,
저 분을 그토록 사모하여 간구하다보면,
어느날 내게 그 아름다움까지 충분히 받아들일 여유로움이 생기리라 믿고,
이 본존불상에 온전히 감사하리라.
어느날 내게 그 아름다움까지 충분히 받아들일 여유로움이 생기리라 믿고,
이 본존불상에 온전히 감사하리라.
아쉬운 마음을 다둑거리며 석굴을 나온다.
조금 번잡하여도 내려서서 멀리 동해를 보고, 남쪽으로 아득한 산들을 내려보면 먼 옛날 신라인들이 보았던 조국강토의 정겨움이 다시 한번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아이들을 꼭 잡고 돌계단을 내려와 다시 한번 감로수를 그득 마신다.
향기로운 마음에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니 이름 그대로 감로수로다.
향기로운 마음에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니 이름 그대로 감로수로다.
다시 토함산을 내려온다.
이 아름다음의 본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벅참과 아득한 황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벌써 주차장. 길가의 행상들이 내다파는 좌판 앞에서 아이들이 자꾸만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른다. 종종 곳감도 있고, 산채도 있고, 때로는 아이들이 좋아할 엿도 판다.
구불구불 석굴로를 내려오며 내다보는 우리 산하의 아늑함. 늘 그렇듯이 변함없이 계절을 꾸리고 있다. 이렇듯 참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는데 또 어디에서 아름다움을 갈구하며, 진리를 갈구하며, 신앙하기를 갈구하랴.
그리움으로 토함산을 내려온다.
벅참과 아득한 황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벌써 주차장. 길가의 행상들이 내다파는 좌판 앞에서 아이들이 자꾸만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른다. 종종 곳감도 있고, 산채도 있고, 때로는 아이들이 좋아할 엿도 판다.
구불구불 석굴로를 내려오며 내다보는 우리 산하의 아늑함. 늘 그렇듯이 변함없이 계절을 꾸리고 있다. 이렇듯 참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는데 또 어디에서 아름다움을 갈구하며, 진리를 갈구하며, 신앙하기를 갈구하랴.
그리움으로 토함산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