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과정로343번길", 정과정곡


지난 해 12월 말에, 동래구 사직동 쌍용예가 아파트에서
연제구 연제1동 GS 자이 아파트로 이사했다.

도로명에 따른 주소지를 받아 보니 "과정로343번길"이란다.
"과정로"가 뭐지 ? 쉽게 알 수 없는 도로명이다.
알고 보니, 과정로는 고등학교 고전 시간에 배웠던 "정과정곡"에
나오는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고려가사인 "정과정곡"은 고려 시대 정서(호는 과정)가 지은
왕을 그리는 신하의 가요다.



                     

정서는 동래 정씨의 후손이며, 고려 인종, 의종 때 사람이다. 
그가 지은 "정과정곡"은 악학궤범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의 유배지인 수영강가에 그를 기리는 시비가 있다고 한다.

2014. 3. 15. 토요일 아침에 시비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정자 안의 현판들






정자 앞에 설치되어 있는 시비







그러고 보니,
새로 이사온 도로명 주소지도 정이 든다.
유배온 "정서"가 부근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 개경을 향하여 임금님께 절을 한 곳이
새로 이사간 자이아파트의 앞산인 "배산"이다.

배산은 삼한시대에 이 지역의 부족국가인 거칠산국의 귀족들의 무덤이 많다.

이래저래 곡절과 유래가 있고, 때로 그것은 슬픈 사연일 것이나,
이사간 자이아파트에서 창 밖을 보노라면,
깊은 시간의 늪에 헤엄치는 많은 사연들이 곱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아마도 지난 시간은 아름답게만 느끼도록(추억하도록, 연상하도록) 되어 있는 탓이리라.

201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