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말에, 동래구 사직동 쌍용예가 아파트에서
연제구 연제1동 GS 자이 아파트로 이사했다.
도로명에 따른 주소지를 받아 보니 "과정로343번길"이란다.
"과정로"가 뭐지 ? 쉽게 알 수 없는 도로명이다.
알고 보니, 과정로는 고등학교 고전 시간에 배웠던 "정과정곡"에
나오는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고려가사인 "정과정곡"은 고려 시대 정서(호는 과정)가 지은
왕을 그리는 신하의 가요다.
정서는 동래 정씨의 후손이며, 고려 인종, 의종 때 사람이다.
그가 지은 "정과정곡"은 악학궤범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정자 앞에 설치되어 있는 시비
그러고 보니,
새로 이사온 도로명 주소지도 정이 든다.
유배온 "정서"가 부근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 개경을 향하여 임금님께 절을 한 곳이
새로 이사간 자이아파트의 앞산인 "배산"이다.
배산은 삼한시대에 이 지역의 부족국가인 거칠산국의 귀족들의 무덤이 많다.
이래저래 곡절과 유래가 있고, 때로 그것은 슬픈 사연일 것이나,
이사간 자이아파트에서 창 밖을 보노라면,
깊은 시간의 늪에 헤엄치는 많은 사연들이 곱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아마도 지난 시간은 아름답게만 느끼도록(추억하도록, 연상하도록) 되어 있는 탓이리라.
201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