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여행 단상 (2) -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Isle of Skye)의 첫 인상

스코틀랜드 여행 단상 (2) -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Isle of Skye)의 첫 인상

“르 말 더 페이”(Le Mal de Pays)

스카이 섬의 풍광에 대한 첫느낌과 어울리는 적당한 표현이다.
향수, 멜랑콜리라고 번역되지만, 자연의 전원적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모음집 “순례의 해”에 수록된 작품 제목으로 사용되었고, 무라카미 하루끼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자주 등장하는 구절이다.

포트 윌리암(Fort William)을 출발해서 스코틀랜드 서북부 글렌피난(Glenfinnan), 말레이그(Mallaig)를 거쳐 4시간 가량 자동차와 카페리로 이동하고서야 스카이 섬 서북쪽 위그(Uig) 포구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스카이 섬의 풍광은 독특했다. 북위 57도쯤에 위치한 Uig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지기 시작했다.

높은 산들의 윤곽은 가까이 보이면서도 시선에 담기에는 너무 컸고, 가까운 구릉지의 풀들은 모두 낮게 엉켜 있었다. 그 까닭은 설명할 수 없지만 그 풍광이 주는 느낌은 슬펐다. 거센 바람 때문에 조금 을씨년스러워진 탓일까.


Uig 포구 옆 작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다.

마을중심지 작은 카페에서 칠판에 적어놓은 ‘오늘의 스푸’를 주문하였더니 뜻밖에 따뜻하고 구수한 시금치 스푸와 빵이 나왔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정겹게 답하고 주변의 좋은 곳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더니 주인장은 작은 메모지에 소로와 갈림길까지 포함하여 퀴레잉(Quiraing) 가는 길을 그려주었다. 카페엔 1960년대 올드 팝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고, 앨범 표지를 벽걸이 작은 모니터로 보여주고 있었다.
풍광이 주는 느낌때문에 어쩐지 슬펐는데, 작은 카페의 온기는 감싸안은 품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에 수록된 “르 말 더 페이”(Le Mal de Pays)는 간결하고 서정적이지만 어쩐지 슬프다.

리스트는 노년에 로마 카톨릭 성직자로 일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피아노 소곡집에 “순례의 해”(Year of Pilgrimage)라고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리스트에게 슬픔이란 순례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깨끗한 정화의 느낌이었나 보다. 피아노 소곡 “르 말 더 페이”(Le Mal de Pays)는 슬픔에 직면하는 것은 마치 순례를 하는 것과 같다, 슬픔에 몸을 담그지 않고서는 희망과 사랑도 우려낼 수 없다고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Uig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하얗게 익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