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사지를 다녀와서..(6)
(天龍寺址를 오르며)
틈수골 입구 도로변에 자동차를 세우고 남산을 올랐다.
아이들은 제각기 제 목소리를 내어 떠들고 친구들은 제각기 제 마음으로 흥겨워 즐겁게 남산을 올랐다.
아이들은 제각기 제 목소리를 내어 떠들고 친구들은 제각기 제 마음으로 흥겨워 즐겁게 남산을 올랐다.
초가을의 남산은 옅은 화장을 한 아내처럼 다소곳이 그곳에 있었다.
틈수골 입구를 조금 들어서자 작은 연못이 눈에 들어왔고, 못물이 넘쳐흐르는 개울에는 허벅지를 허옇게 드러내고 헤엄을 치는 계집아이들처럼 갯미나리 군락이 개울물에 감겨 돌고 있었다.
저 연못물이 황룡이 들이키려고 했던 그믐달의 연못이려니. 유심히 못가를 살펴도 그 옛날의 흔적은 찾을 길 없고, 못가의 무심한 황소 두마리, 한가로이 못물 먹으며 제 삶을 다스리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은 아이를 부려 조금 더 산 위로 올라가니, 아 ! 와룡암 이곳이 와룡암이 있던 자리이리라.
선사의 토굴이 있던 그 자리. 와룡암 초입 멀리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추련선사의 얼굴. 누가 돌을 깎아 이렇게 선사의 얼굴을 내어 걸어 놓았을까 찌그러진 오른 눈썹, 크게 미소짓는 입, 둥근 그 얼굴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된 선사의 얼굴 돌. 선사에게 나는 깊이 마음으로부터 절을 한다.
선사의 토굴이 있던 그 자리. 와룡암 초입 멀리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추련선사의 얼굴. 누가 돌을 깎아 이렇게 선사의 얼굴을 내어 걸어 놓았을까 찌그러진 오른 눈썹, 크게 미소짓는 입, 둥근 그 얼굴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된 선사의 얼굴 돌. 선사에게 나는 깊이 마음으로부터 절을 한다.
선사는 또 다시 크게 웃으며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입구 돌에 쓰여진 글귀,
"이 우주를 담는 그릇이 되라"
선사는 내게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선사는 천년을 넘어 내게 이 말의 의미를 남기고 싶었구나. 번뇌하며, 탄식하는 나에게 선사는 천년을 넘어 이 말의 안식을 남겨 두었구나. 와룡암터의 함석지붕을 이은 절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선사는 천년을 넘어 내게 이 말의 의미를 남기고 싶었구나. 번뇌하며, 탄식하는 나에게 선사는 천년을 넘어 이 말의 안식을 남겨 두었구나. 와룡암터의 함석지붕을 이은 절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지 장 보 살. 지 장 보 살. 지 장 보 살. 지 장 보 살........ "
끊임없이 지장보살을 되뇌고 있었다.
아득한 천년의 세월이 산아래로 굴러 내리는 돌더미처럼 내게 밀어닥치는 느낌이었다.
누가 또 이렇게 지장보살을 읊조리고 있는 것인가 추련선사의 얼굴돌만이 아니라, 또 이렇게 지장보살을 읊조리고 있는 기괴한 장면에 다시 먼 옛날의 그 그믐달 아래 내가 서 있는 듯했다.
아득한 천년의 세월이 산아래로 굴러 내리는 돌더미처럼 내게 밀어닥치는 느낌이었다.
누가 또 이렇게 지장보살을 읊조리고 있는 것인가 추련선사의 얼굴돌만이 아니라, 또 이렇게 지장보살을 읊조리고 있는 기괴한 장면에 다시 먼 옛날의 그 그믐달 아래 내가 서 있는 듯했다.
김재륭은 며칠을 그 자리에서 탄식하였다. 노비들은 天女와 龍女의 주검을 수습하여 그곳 너른 터에 묻었고, 김재륭의 끝없는 탄식을 지켜보았다.
김재륭은 가산을 정리하여 방면을 원하는 노비들과 마을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따르는 노비들을 이끌고 두딸의 주검이 있던 곳으로 돌아와, 그곳에 두딸과 그 어미를 추모하는 삼층석탑을 쌓았다.
두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절을 짓고 그 이름을 天龍寺라고 하였다.
삼층석탑은 황룡이 채 땅에서 삐져 나오지 못한 채 죽어 굳어져 있는 용두암을 향해서 세웠고, 天龍寺의 본당 옆에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별당을 지어 추련선사로 현신하였던 지장보살을 받들어 모시었다.
삼층석탑은 황룡이 채 땅에서 삐져 나오지 못한 채 죽어 굳어져 있는 용두암을 향해서 세웠고, 天龍寺의 본당 옆에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별당을 지어 추련선사로 현신하였던 지장보살을 받들어 모시었다.
이제는 원망도, 탄식도, 삶의 무상함도, 죽음의 두려움도, 한낱 바람처럼 마음의 언저리를 스쳐 지나 산을 돌고 마을을 돌아 공허히 허공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오직 살아 있는 것은 두딸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들이 죽은 자의 세계에서 평안하게 지내기를 기원하기 위한 것일 뿐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의미이고, 그것만이 부끄럽지 않게 생명을 이어가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산 아래의 세상사람들은 틈수골의 天龍寺 지장보살이 큰 효험이 있어 몹쓸 병도 얼마든지 낫을 수 있다는 말이은 말들을 주워듣고 天龍寺를 찾아와 지장보살상에 지성으로 공을 드리는 자가 많아졌다.
김재륭은 그런 산아래 사람들을 보면서, 공허한 바람이 산아래에서 산위로, 또 산위에서 산아래로 불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일행은 지장보살이라고 읊조리는 와룡암터의 스피커 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산위로 올라가 너른 터가 있는 天龍寺址에 닿았다.
천룡사지 ! 천룡사지 !
가슴으로 저며 드는 애끓는 사연이 이렇게 여기에 서 있구나 !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벅찬 감정을 이길 도리가 없었다. 터지는 것 같은 눈물은 목구멍으로 넘쳐흐르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게 했다.
아 ! 천룡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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