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카푸치노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일상의 아름다움)

시나몬 카푸치노 한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출근 길이 상쾌합니다. 무더위가 가고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상쾌한 마음으로 걷다가, 사무실 부근의 편의점을 들러 시나몬 카푸치노 하나를 사서 마셨습니다.

Cinamon은 우리말로 계피가루인데, 시나몬 카푸치노에 들어간 계피는 예전의 그것보다 부드럽고, 향이 은근합니다. 음력 8월 15일이면 계수나무 꽃향기가 1년 중 가장 향기로울 때입니다. 계수나무의 껍질을 까서 그 안쪽 껍질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넣은 것인데 제법 향이 좋습니다.

무더위가 막 가고 나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는 이 마음을 예전 사람들은
"쇄락"( 灑落) 또는 "소쇄"(瀟灑) 라고 했습니다.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한 상태를 표현하는 한자어 입니다.
이 한자어만으로는 예전사람이 그 단어로서 표현하고자 한 "상쾌하고 깨끗한 상태"가 무엇이지 잘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예사람은 쇄락한 마음, 소쇄한 마음을 "광풍제월" (光風霽月)이라고 했습니다.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제가 느낀 기분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은 높고 맑으니 그 바람이 더 맑고 깨끗합니다. 마치 비가 개인 후 올려다 본 달의 깨끗하고 투명함처럼 말입니다. 담양 소쇄원에는 "광풍각"이 있습니다.




소쇄원 광풍각을 보면, 옛사람들이 그리워한 쇄락한 마음상태, 소쇄한 경지를 함께 그리워하게 됩니다.
마음과 성정이 맑고 깨끗하여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후의 달을 대하는 듯 상쾌한 경지를 소원하게 됩니다.



본디 성리학은 훈고학에서 시작되어 주자에 이르러 성리(이기, 성정을 다룹니다)를 다스려 성인의 경지에 이를 것을 소원하게 됩니다. 이에 성리학은 단순히 "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교"의 단계에까지 나가게 됩니다.
거칠고 어지러운 "기, 정"을 다스려 "이, 성"(성리)을 되찾는 길을 찾아나섰고, 이는 "극기복례"(克己復禮 )-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의 사상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교"를 따라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을 가리켜 "소쇄탈진"이라고도 하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온갖 더러운 먼지들을 털어내고 맑고 깨끗하여 마치 맑은 날 바람을 대하고 비갠 후에 달을 보는 듯이 투명하고 가벼운 상태이라고 짐작해봅니다.

이 아침, 출근길에 시나몬 카푸치노가 더욱 향기롭습니다.
계피향기에서, 쇄락한 경지를 느끼고,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을 뜨올립니다. 그리고 극기복례을 소원하였던 옛사람의 마음을 그리워합니다.

다시 길을 나서 사무실로 향합니다. 마음은 더욱 가볍고 밝아졌습니다.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 마치 몸을 잃은 양 가볍게 해줍니다.

2011. 9. 21.
(사진은 구글이미지 검색결과물에서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