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감실의 지장보살상

석굴암 감실에 있는 지장보살상은 본존불 뒷면의 11면 관음보살상을 마주보고 왼쪽으로 두번째 감실에 모셔져 있습니다.


지장보살(地藏菩薩)은 범어로 "Ksitigarbha"를 의역한 것이며, 이때의 "Ksiti"는 땅을 의미하고, "garbha"는 태(胎) 또는 자궁(子宮)을 뜻합니다.

즉, 지장보살은 대지에서 씨앗을 키워 꽃과 열매를 맺는 땅의 신(地神)을 불교에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본디 고대 인도에서는 12천 가운데 하나인 범천(Brahman) 등과 함께 땅(地)을 수호하는 대지신녀(大地神女)로, 재산을 모으고 병을 치료하며 적을 항복시킬 때에 초청되는 여신으로 신앙되었습니다.

불교에서 지장보살 신앙의 근본경전은 "불설대승대집지장십륜경(佛說大乘大集地藏十輪經)",
"지장보살보원경(地藏菩薩本願經)", "점찰선악업보경(占擦善惡業報經)"인데 이들을 지장삼부경이라고 합니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멸하여 56억 7천만 년이 경과한 뒤 미륵이 출현할 때까지 부처님 없는 시대(無佛時代) 동안 일체 중생을 구제하도록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의뢰받은 보살입니다.
그래서, 지장신앙의 특색은 "십륜경"에 나타나듯 "이 땅의 말법(末法)의 가르침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전에서 설하는 지장보살의 이익을 보면, "십륜경"은 음식, 의복, 의약 등을 충족하게 하며 병을 제거한다고 하고, "본원경"에서는 지장상을 공경하면 토지가 풍족하고 집안이 영원히 평안하며 장수하고, 물과 불의 재앙이 없어진다는 10가지 현세적인 이익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장보살을 신앙하는 으뜸되는 이익은 이러한 현세적인 것보다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사람, 하늘을 뜨도는 6도윤회(六道輪廻)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에서 구제를 받는 데 있습니다. 

"지장보살본원경"에 의하면, 지장보살은 전생에 대장자(大長子)의 자식 혹은 바라문의 딸로 태어나 죄의 고통에서 고생하는 중생을 제도하려는 서원을 세워 현세의 악업에 의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여 극락으로 인도해주는 지장보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지장보살은 명부(冥府)세계의 구세주이고, 명부전의 주존(主尊)으로 신앙되었고, 서방 극락세계의 부처님의 아미타여래의 협시보살로 등장하여 왔습니다.

대개, 지장보살을 혼자 그린 그림에는 입상(立像)과 좌상(座像)이 있으나 모두 머리에 두건을 쓰거나 민머리로 석장(錫杖)을 짚거나 구슬을 잡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지장십륜경"에는 "지장보살과 그 권속들이 모두 성문(聲聞)의 모양을 하고 여기에 오기 위해 신통력으로 이같은 변화를 나타낸 것이니라"라고 하며, "지장보살의궤"에서는 "성문 형상이 되고 가사를 걸치고 단은 좌견을 덮는다"는 등으로 표현하여 한결같이 지장보살은 비구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장보살의 머리는 보통 비구형으로 민머리를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돈황에서 발견되는 불상에서는 두건을 쓴 형상으로도 표현되며 이는 중국본토나 일본 등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지장보살이 든 석장(錫杖)는 원래 불가에서 행도걸식할 때나 보행시 벌레나 짐승들이 밟히지 않도록 땅을 쳐서 피할 것을 알리는 방법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며 나무지팡이의 윗부분에 금속고리를 달아 석장을 흔들면 그 고리들이 부딪쳐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석장은 티벳계통의 밀교에서는 주술적인 기능을 갖는 것으로 석장의 소리는 사악한 것들을 물리치고 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지기도 합니다.
지장보살이 든 여의보주(如意寶珠, Cintamani)는 부처님의 진리와 법을 상징하며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보배를 상징합니다. 즉,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본디의 서원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보주를 드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석굴암 감실의 지장보살은,
맞은 편 감실의 미륵보살과 대칭적으로 봉안된 것으로서, 이는 통일신라시대 때에 성행한 법상종(法相宗)에서 미래에 오실 미륵보살과 현재에 제도하는 지장보살을 중히 여기는 것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실의 지장보살은, 정면을 보는 좌상의 형태이고, 머리는 둥근 민머리로 비교적 크고, 눈썹은 반달처럼 조각되었고, 눈도 길게 묘사되었으며, 얼굴의 양감은 전체적으로 풍부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깨는 둥글고, 가사는 통견으로 어깨에 가는 묶음띠 매듭이 보이고, 가사주름은 평행면과 도드라진 면이 보여서 본존상의 옷주름과 유사한 느낌을 줍니다.
오른 손을 가슴까지 들어올려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둥근 원을 만들어 보이고, 왼손은 배꼽부분에서 보주를 받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인(手印)은 육도 가운데 인도계(人道界)의 대청정지장(大淸淨地藏)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대청정지장은 왼손에 보주를, 오른손을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합니다.
이와 달리 지옥계의 대정지지장(大定智地藏)은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석장을 들고,
아귀계의 대덕청정지장(大德淸淨地藏)은 왼손에 보주, 오른손을 여원인으로 하며,
축생계의 대광명지장(大光明地藏)은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여의(如意)를 들고,
아수라계의 청정무구지장(淸淨無垢地藏)은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범협을 들며,
천계의 대견고지장(大堅固地藏)은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경책을 드는 것과 비교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육도의 지장보살상은 지장탱화에서 다양하게 발견되나, 조상의 경우에는 인도계(人道界)의 지장보살상만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석굴암의 지장보살상의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엄숙하며, 진지한 바램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