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11면 관음보살상



석굴암 본존 석가여래불상 뒤에 숨어 서서 갸냘프고도 깔끔한 모습으로 불타에 바치는 지성을 절절하게 표정짓고 있는 십일면관음보살 입니다.

석굴암 부조상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저는 옛날 신라의 여성들이 지녔던 높은 절조와 청정한 풍김을 그대로 연상할 수 있어, 이 모습을 보노라면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이 아름다움이야말로 한국의 아름다움의 본바닥에 흐르는 선과 미의 완벽한 조화 그 자체 입니다.

석굴암의 본존불이 모셔져 있는 석굴은 그 높이가 바닥에서 약 8.8m 정도 되고, 그 주위 벽은 열 개의 대석(臺石) 위에 세워진 열다섯 개의 석벽으로 되어 있고 각각 부조상(浮彫像)이 새겨져 있으며, 대석의 높이는 약 91cm 남짓, 너비 182cm, 석벽의 높이는 273cm, 너비는 121cm 입니다.

석벽 위에는 좌우 각각 다섯 개의 작은 감실을 파서 그 안에 각각 한 개씩의 작은 좌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본존이 모셔진 석굴 앞에 2면의 인왕상, 8면의 금강신상, 4면의 사천왕상이 있고, 굴안에는 4대 보살상, 10대 제자상과 바로 이 십일면 보살상이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본존불 앞에 설치된 유리막으로 전면의 인왕상을 볼 수 있고, 나머지는 거의 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매년 초파일, 석굴암 유리막이 개방되는 날을 기다렸다가 그 곳을 찾아갑니다.
늘 기다려지고, 또 늘 황홀합니다.
본존불 뒤에서 11면 관음보살상을 대하면 숨이 막힙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다른 곳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신앙과 심미안을 잃은 어리석은 후손들에게는 존엄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는 깊은 마음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