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면 관음보살상의 상징과 의궤



11면 관음상의 의궤(儀軌)는 불경 중 "십일면신주심경"(十一面神呪心經) 입니다. 

"십일면신주심경"에는,

앞의 3면은 자상(慈相, 자비상)인데 선한 중생을 보고 자심을 일으켜 이를 찬양함을 나타낸 것이다.

왼쪽의 3면은 진상(瞋相, 진노상)으로 악한 중생을 보고 비심(悲心)을 일으켜 그를 고통에서 구하려 함을 나타낸 것이요,

오른쪽의 3면은 백아상출상(白牙上出相, 흰 이를 드러내어 미소짓는 모습)이며, 이는 정업(淨業)을 행하고 있는 자를 보고는 더욱 불도(佛道)를 정진하도록 권장함을 나타낸 것이다.

뒤의 1면은 폭대소상(暴大笑相)으로서 착한 자, 악한 자 모든 부류의 중생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모두 포섭하는 대도량(大度量)을 보이는 것이며, 

정상(頂上)의 1면은 불면상(佛面相)은 대승근기(大乘根機)를 가진 자들에 대해 불도(佛道)의 구경(究竟)을 설(說)함을 나타낸 것이다.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석굴암의 십일면관음보살상도 역시 이 의궤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보살은 연화좌에 서있고, 
왼손은 가슴 위에 올려 연꽃이 꽂힌 정병(淨甁)을 들고, 
오른손은 길게 드리워진 연주를 잡고 있습니다. 

머리 위의 보관에는 십일면이 3단으로 이루어져 아래 중앙의 화불 입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 3면이 있고, 그 위로 3면이 있으며, 상단에 광배를 지닌 좌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관음보살은 가장 폭넓고 깊고 친숙하게 신봉되어 왔습니다. 

그 까닭은, 이 보살의 역할때문 입니다. 

관음보살은 이 세상의 생명체 즉 중생이 관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곧 바로 그 소리를 듣고서 그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신앙되어 왔습니다. 

보살의 이름은 관음(觀音) 또는 관세음(觀世音), 관자재(觀自在), 광세음(光世音) 보살이라고 불리우며,

그 이름의 특징인 "소리를 본다"는 뜻은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범부들과 같이 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이를 듣는 것이 아니라 초인적인 능력으로 그 소리를 '보고 즉시 알아차려' 이를 성취하여 준다는 강렬한 뜻으로 이해됩니다.

본래 여래는 눈, 귀, 코, 혀, 몸이라는 다섯가지 기관이 서로 그 대상을 바꾸어 작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하며, 명의(名醫)는 환자의 손을 만져보고도 그 병을 알고, 탁월한 연주자는 악보를 보기만 하여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관음보살의 뛰어난 구제력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하여 관음보살은 천수천안(千手千眼)관음으로 나타나고, 중생의 고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얼굴이 11면이 되는 자비의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경전에서는,

이와 같이 3방면으로 3면을 나타낸 까닭은 욕(欲), 색(色), 무색(無色)의 3계(界)를 화(化)하기 위함이며, 이 11면을 본면과 합하면 12면이 되는데, 그 11면은 방편면이요, 본면은 진실면이라고 합니다.

이 방편면으로서의 11면 중 자비의 얼굴은 문(文)을, 진노의 얼굴은 무(武)를 나타내어 쌍을 이루는 것으로서, 선(善)한 중생을 화(化)하기 위해서는 다만 자비의 얼굴로써 하고, 악한 중생을 화하기 위해서는 진노의 얼굴로 악의 항복을 받으며, 선악이 뒤섞인 많은 중생을 화하기 위해서 폭대소면으로 악을 비웃고 가책하며 선을 칭송하여 복돋우며, 깨끗한 업을 닦는 이에게는 백아상출면으로써 그 정진을 찬양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11면 관음보살은 자비와 진노, 폭소와 분노로서 모든 중생들을 구제함을 나타내고, 그 상단에 그 모든 것을 여위어 모든 불꽃을 꺼버린 열반에 든 부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석굴암의 11면 관음상은 현재 11면 중 2면은 상실되어 그 후 보수된 것입니다.